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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의 사생활 - episode 01 서른의 퇴사, 1년간의 직업 실험 _ with 김가현

나에게 1년 정도 시간을 줬던 거네요. 그 시간 동안 다양한 직업 실험을 했다면서요? 맨 처음 하게 된 일은 어떤 거였어요? 맨 처음 하게 된 일이 프리랜서로 웹 기획하는 거였어요. 내가 회사 안에서 쌓아온 그 기술이 회사 밖에서도 팔릴지 너무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개발자와 대화하기 위해서 밤을 새우면서 통화 녹취를 풀고 공부하며 쌓은 그 기술이요? 어떻던가요? 한참 잘 먹고 잘 살았죠. (웃음) 시간당 페이가 높더라고요. 되게 쏠쏠한 직업이었죠.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네요. 정말, 정말 헛되지 않았더라고요. (웃음)

그런 일을 시작으로 어떤 것들을 하며 먹고살았어요? 프리랜서 웹 기획자를 시작으로, 콘텐츠 제작자로 일하기도 하고, 강사로 강연을 하기도 했고요. 바리스타가 돼서 커피를 내리는 일도 했고, 문화 기획자가 돼서 1박 2일짜리 행사를 만들기도 했어요.

되게 다양한 일을 했네요. 회사에서 했던 일과는 무척 다르고 전공과도 상관없는 완전히 새로운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런 실험을 한 이유는 뭐였나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걸로 돈이 벌리는지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겹치지 않는 일들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일은 뭐였어요? 강원도에서 제 또래 청년들을 만나는 일이었어요. 거기서 자기 나름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어떻게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는지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해서 진행했었는데요. 저는 평생 서울에서만, 그러니까 굉장히 자원이 집중된 환경에서 살아왔단 말이에요. 근데 강원도만 해도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이 서울과 굉장히 달라요. 그런 환경에서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고 있더라고요, 자기 나름대로. 그걸 보는 일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신선했고, 영감을 많이 받았고, 그 사람들이 또 나의 동료가 되기도 했고요. 강원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좁은 울타리에서 살았나, 얼마나 좁은 가능성만을 생각하면서 살았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나에게 맞는 일을 좀 찾은 것 같나요? 직업 실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진짜 나답지 않은 일을 했을 때 더 많이 성장하고 가능성이 열리고 더 많은 영감을 얻었다는 거였어요.

어떤 것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먹고살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건 좋지만, 그걸 계속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 그런 부분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사실 이 실험을 계획할 때는 지속 가능한 수익이 저의 고려 사항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그때는 회사에서 매달 받는 월급이 저한테는 지속 가능한 수익이었으니, 그게 갖고 싶으면 퇴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월급이라는 것도 사실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느껴지거든요. 우리는 입사해서 정년퇴임을 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지 않잖아요. 월급이라는 것도 결국에 회사가 주고싶을 때까지만 이어지는 그런 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지금 단계에서 나는 지속가능한 수익을 만들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나, 어떤 변화에도 적응하는 나, 어떤 일 앞에서도 맥락을 갖추는 나,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고, 왜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나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고 그게 지금 내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여하튼 365일을 살아냈잖아요. 그럼 이젠 내가 먹고사는 걸 해결하기 위해서 만든 돈을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꾸준히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이 다음 단계에 저한테 놓인 숙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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