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모들 중에는 아이들이 부모를 친구로 여기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친구같은 부모일까? 내 생각을 말한다면,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자기의 배를 책임지고 이끌어줄 선장으로서 부모를 필요로 한다. 오해하지 마시길! 이 말은 부모가 아이들을 억압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부모가 책임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둘은 분명히 다르다. 앞의 '통제'는 부모 스스로 무력한 느낌이나 겁이 나는 느낌을 상쇄하려는 시도다. 그리고 '책임을 진다'는 것은 아무리 파도가 거칠 때라도 - 다시 말해 아이들이 부모의 성미를 건드리거나 짜증을 내더라도 - 부모가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음을 뜻한다. 아이의 기분이나 행동에 좌우되지 않고 부모가 안정되고 침착하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부모에게 의지하여 인생의 힘든 순간들을 헤쳐 나갈 수 있겠다 생각하며 비로소 긴장을 푼다.
애착은 아이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이고, 그 중요성은 배고픔을 능가한다. 아이가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반드시 확실하고 안정된 애착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학습관리, 문제 행동에 대한 대응, 아이가 조언과 지원을 구하기 위해 찾는 사람이라는 중요한 역할에 이르기까지, 애착은 양육의 모든 측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애착은 양육을 쉽게 만든다. 애착은 자기를 끌어주는 손길을 따르고, 부모를 기쁘게 하고, 부모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도록 아이의 자연스런 욕망을 일깨운다. 친밀한 유대관계 안에서, 아이들은 부모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부모가 내 아이의 기저귀 냄새는 참으면서 남의 아이 기저귀를 갈 때는 코를 막는 것처럼, 애착은 내 아이가 나에게 사랑스런 존재가 되게 한다.
애착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단계는 '근접성'이다. 가까운 손길과 접촉을 통해 갓난아기는 아빠와 엄마에게 애착을 갖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세 살 즈음이 되면, 유아들은 부모의 동작이나 옷차림을 흉내내고 엄마나 아빠와 똑같아질 방법을 찾으면서 '동일성'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애착이 한층 더 깊어진다. 애착의 다음 단계는 '소속감' 혹은 '충성'이다. 이 단계에 이른 아이들은 강한 소유욕을 보이며 "우리 엄마!"라고 지칭한다. 다섯 살 즈음이 되면 아이는 자기 '존재의 중요성'을 입증함으로써 부모에 대한 강한 애착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한다.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면 엄마 아빠도 자기처럼 가까이에 둘 것이라 여긴다. 여섯 살 즈음이면 애착이 한층 더 깊어지면서 진정한 '애정'이 시작된다. 끝으로 일곱 살 이후의 경우, 이미 애착이 충분히 깊숙이 뿌리 내렸다면 이때 아이들은 과감히 '자신을 알리기' 단계에 접어든다.
모든 애착-유대 관계는 이런 여섯 가지 단계, 즉 근접성, 동일성, 소속감.충성, 존재의 중요성, 애정, 자신을 알리기의 과정을 따른다. 각 단계를 거치며 부모와 아이 사이의 애착이 강화된다. 역으로, 이 단계들 중 어느 하나가 약한 경우 관계 자체가 흔들린다.